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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2년 육아휴직은 네가 처음' 출세 포기하고 사표 던진 삼성맨의 반전
Date : 2019-09-18
Name : 코하루 File : 20191120165636.jpg
Hits : 915

삼성 나와 마케팅 기업 창업
자동차 흠집 제거제로 돌풍
일본 수출까지 성공

많은 직장인이 창업을 꿈꾸지만 실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아이템이 없다’며 포기한다. 창업은 기술을 가진 연구직이나 개발직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단한 아이디어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 다른 사람 아이템을 들여와 창업에 성공하고 수출까지 하는 CK 인터내셔날 오동환 대표를 만났다.

◇리카버리 35만장 판매
  
CK인터내셔널은 삼성 출신의 오동환 대표와 같은 삼성 출신의 중국인 서효희 씨가 만든 마케팅 기업이다. 좋은 제품을 발굴해 들여온 뒤, 상품성을 개선해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상품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케팅 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히트친 제품은 차량 흠집 제거제 ‘리카버리(recarvery)’다. 리커버리(Recovery)와 카(Car)를 합한 말로, 차량 흠집을 금세 복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가벼운 접촉사고로 공업사에 가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치약이나 물파스로 자체 해결하시는 분이 있는데 손상만 더 생깁니다. 기성품으로 ‘콤파운드’가 나와 있는데, 차량 도장의 표면을 깎아내는 기능만 있어서 광택을 죽입니다. 비용이나 효과 측면에서 완벽한 방법이 아니죠.”






리카버리는 타올 형태다. 연마제, 광택제, 코팅제, 라임오일을 함유하고 있다. 스크래치가 난 부분을 1분 정도 문질러 주면 된다. 타올 속 연마제가 표면을 미세하게 깎아 스크래치 틈을 메우고, 광택제와 코팅제가 광을 내는 역할을 한다. 라임오일은 좋은 향을 낸다. 마지막으로 동봉된 극세사 타올로 거품을 깨끗이 닦아내면 된다. “연마제와 광택제를 최적의 배함 비율을 찾아 섞었습니다. 손바닥만한 면적을 복원하는 것을 기준으로, 15회 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한 제품은 2중지퍼백에 보관하면 됩니다.”

스크래치 복원 능력과 간편함이 입소문을 타면서 작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35만장 넘게 팔렸다. "회사를 살린 효자 아이템이 됐습니다."(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아래 배너 콘텐츠 참조)

◇힘들어서 나온 삼성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2009년 삼성 대졸 공채로 들어갔다. 삼성전자 가전 판매를 담당하는 일을 맡았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30살에 서울 방배점을 맡으면서 최연소 지점장이 됐다. 억대 연봉을 받았다. “지점장이 되고선 미친듯이 일했습니다. 일년 내내 하루도 못쉬었습니다. 밤10시, 11시 넘게 들어와 아이 잠든 모습 밖에 못보고, 아내가 말 좀 붙일라치면 집에서도 직원들과 카카오톡을 하느라 제대로 대답도 안했습니다. 섭섭합이 다툼으로 이어지고. 가정 불화가 생기더군요.” 일도 갈수록 힘들어졌다. 성과를 초과 달성하면 더 높은 목표가 내려오는 일이 계속되면서, 목표가 달성하기 불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러면서 건강도 나빠졌다.

이대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식이 필요했다.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거였는데, 가정과 저를 망치고 있던 거에요. 휴직하고서 아이들과 시간 보내면서 정말 푹 쉬었습니다.”






1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아쉬웠다. “회사 복귀해서 복직 관련 서류를 내는데, 서류 밑에 아주 작은 글씨로 육아휴직이 ‘2년’까지 가능하다는 문구가 있는 거에요.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그길로 휴직 연장을 신청했습니다. 남자 육아휴직 2년은 제가 그룹에서 최초라더군요. 회사에서 출세하는 걸 사실상 포기하는 결정이니까요.”

결국 육아휴직 2년을 다 채우지 못했다. 복직한 게 아니었다. 아예 사표를 냈다. 지금은 창업 파트너가 된 서효희 대표의 제안이 결정적이었다. 중국인 서 대표는 북경대를 나와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와서, 서울대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오 대표는 테니스 동호회에서 서 대표의 남편을 먼저 만났다. 서 대표의 남편도 삼성을 다녔다. 같은 삼성 출신이라 금세 친해졌다. 알고 보니 서 대표도 삼성을 다녔다. 부부 동반으로 자주 만나 운동도 하고 식사도 했다.

이후 서 대표는 출산과 함께 회사를 그만뒀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창업을 목표로 했다. “마침 저는 비슷한 때 육아 휴직을 하고 있었어요. 서 대표를 이것 저것 도와줬죠. 그러다 제가 휴직 연장 신청을 하니, 그러지 말고 영구적으로 워라벨이 가능한 일을 하자고 해보자더군요. 창업 말이죠. 그래.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저녁있는 삶이 가능하겠다. 그렇게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2017년 회사를 나와 창업했다. 둘 다 기술은 없으니 좋은 제품을 들여와 상품성을 개선해서 판매하는 마케팅·유통기업을 하기로 했다.

첫번째 아이템은 캐시미어였다. “명품 캐시미어 스카프, 비싼건 100만원도 넘잖아요? 웬만해선 엄두내기 어렵죠. 캐시미어 주산지가 중국 내몽골 지역이에요. 중국인 서 대표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지역이죠. 공장 여럿 수소문해서 단가 알아보니 대중화가 가능하겠더라구요. 그중 명품 브랜드에 납품 하는 공장과 최종 계약을 했습니다. 생산 스카프 가운데 좋은 디자인을 골라 조금씩 수정해 들여왔습니다.”

스카프 한 장 가격을 10만원 내외로 책정했다. 명품 브랜드와 비슷한 품질인걸 감안하면 무척 저렴한 가격이다. ‘프레조’란 이름으로 브랜드도 런칭했다. “기대했던 대로 반응이 괜찮았습니다. 출발치고 나쁘지 않았죠.”






◇여름 매출 메우려 리카버리 찾아내

여름이 문제였다. 여름이면 매출이 거의 제로로 떨어졌다. 사시사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사무실 임대료나 벌자는 마음으로 아이템을 찾기로 했다. 크라우드펀드 사이트를 중심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투자 유치와 홍보를 목적으로 자신을 알리는 곳이다. “여러 나라 크라우드펀드 사이트를 돌아가 가을쯤 중국 사이트에서 지금의 리카버리 제품을 발견했어요. 되겠다 싶더라구요.”

그 길로 해당 기업을 접촉하고, 일단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효과를 검증하면서 제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4달로 테스트 기간을 길게 잡았다. 사전 입소문을 내려는 의도도 있었다.

내 차는 물론 지인 차를 총동원해 곳곳을 문지르고 닦았다. 그걸로 모자라 세차장이 눈에 띄는 대로 찾아가 테스트를 요청했다. 어느덧 겨울로 접어들었다. “세차장에서 아무나 붙잡고 ‘스크래치 제거해 보실래요?’ 했습니다. 경계하는 고객에겐 문질러서 데미지 발생하면 보상해 드리겠다고 말씀 드렸죠. 그러고 언 손 호호 불어가며 시연했습니다. 테스트는 홍보 목적도 있었습니다. 큰 세차장 가면 차량 동호회 분들이 모여서 세차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한 차주만 잘 공략해도 ‘다들 여기 좀 와봐요’하고 부릅니다. 그렇게 모두 계신 데서 시연하면 입소문이 금방 납니다. ‘이거 어디서 사요?’ 물으시는 거죠.”

테스트에서 소비자 반응이 검증됐다. 대부분 사람이 만족해했다. 정식 도입 계약을 맺으면서 제품을 일부 개선했다. 기존 생산하던 제품과 비교해 타올 면적을 키우고 용액을 더 많이 함유시켰다. 이름에 ‘슈퍼’를 붙이고 포장도 다시 했다.

그렇게 작년 3월 첫 출시했다. 예상보다 더 호응이 좋았다. 35만장 넘게 팔리면서 이제 리카버리가 회사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캐시미어 브랜드 ‘프레조’ 매출의 9배가 된 것. 자연스럽게 업종 전환이 된 셈이다.






◇일본 수출 성공

라쿠텐 쇼핑몰을 통해 일본 수출도 하고 있다. 판매된 35만장 가운데 5만장이 수출 실적이다. 남의 제품을 재구성만 잘 했는데, 수출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일본 소비자들은 후기를 일기 수준으로 씁니다. ‘내 차가 뭐고 어떤 색상인데 어떻게 손상을 입어서 이렇게 사용했더니 어떤 효과를 봤다. 그래서 추천한다’ 식으로 아주 정성스럽게 쓰는 거죠.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무척 흐뭇합니다.”

리카버리로 최근 1억원의 정부지원기금을 받는 데 성공했다. 제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유통망을 확충하는 데 쓸 예정이다. “리카버리 브랜드로 다양항 차량용품을 소싱해서 내놓을 예정이니다. 물없이 세차할 수 있는 워터리스 카샴푸 등을 이미 판매하고 있죠. 장기적으론 제 고유 제품이 있어야 하겠죠. 관련 제조업체와 개발부터 생산까지 협업하는 방식으로 가능합니다. 여러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캐시미어도 계속한다. 백화점 입성과 자체 디자인 제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왜 더 빨리 창업하지 않았을까' 후회

-창업하니 어떤가요.
“좋습니다. 새 제품 런칭 때만 아니면 충분히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가능합니다. 최근 둘째가 태어났는데요. 아이들과 시간 많이 보낼 수 있는 게 너무 좋습니다. 조용하던 큰 애는 감정표현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일과 가정에 균형이 잡혀갑니다. 행복합니다. 후회는 딱 하나입니다. 왜 더 빨리 창업하지 않았나 하는 거요.”

-그래도 일 많을 때는 힘들지 않나요.
“일 많을 때도 좋습니다. 남이 아니라 제가 주체가 돼서, 필요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제 일 하면서 늦게까지 일하는 건 힘들지 않습니다. 일하는 만큼 매출도 커지니까요. 스트레스가 없죠.”

-삼성 때 그렇게 힘들었나요.
“유통은 오로지 숫자로 표현됩니다. 그것도 하루 단위로요. 매일 숫자가 나옵니다. 어제 잘해도 오늘 못팔면 못한 겁니다. 삼성 있을 때 저 스스로 못할 짓 많이했습니다. 지점장 하면서 매일 오후 서너시면 그날 실적없는 직원 뒤로 불러 ‘일 안해요?’ 호통쳤습니다. 주간, 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도 평가합니다. 실적 스트레스 유형이 참 다양했던 거죠. 위에서 압박을 받으니 직원들 다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위에서 스트레스가 없으니, 저도 주지 않습니다.”

-수입은 어떤가요.
“억대 연봉을 받던 예전 수준은 아직 안됩니다. 벌리는 대로 유통망 확장 등에 재투자를 하고 있어서요. 그래도 좋습니다. 매출 커나가는 모습만으로도 배부릅니다.”






◇재무 지식 놓치면 안된다

-기술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품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시각에서 좋은 제품을 고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소비자가 좋고 편리해야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훌륭한 제품이 뭔지 항상 고민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스스로 경쟁력은 뭔가요.
“삼성에서 소비자 판매를 8년 가까이 맡았으니 고객 성향은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걸 믿고 어떻게 보면 겁 없이 열린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어떤 마케팅을 해야 성공하나요.
“리카버리는 정기적으로 반복해서 구매하는 제품은 아닙니다. 생수나 라면 같은 것과 다르죠. 어쩌다 저희 제품을 접한 고객이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넣어야 합니다. 지금 같은 여름철이면 ‘차 깨끗이 닦고 바캉스 떠나자’ 같은 슬로건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식입니다. 시기 별로 다양한 마케팅을 해서, 바로 지금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제품 특성이 쉽게 드러나도록 영상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첫인상이 좋아야 잘 팔립니다.”

-어떤 기업을 지향하나요.
사회적 기업을 꿈꿉니다. 나만 부자돼서 잘먹고 잘 살는 게 아니라, 어려운 사람 있으면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고용창출도 많이 하구요. 그게 사람답게 사는 거죠. 좋은 사회적 기업 만들어 가겠습니다.

-창업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제 개인적인 경험보다는, 주변 다른 창업자 보고 느낀 걸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아이템 좋고 다른 경영 능력 다 좋은데 숫자에 어두운 분이 많으세요. 매입매출, 손익. 이런 숫자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서 일만 열심히 하다가 부가세 같은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분이 많으세요. 그러다 지치면 그만두게 됩니다. 창업하시기 전에 재무 공부 꼭 하시길 권합니다. 회사 운영하면서는 늘 숫자 머릿속에 넣어 두시구요. 가격 설정도 이런 저런 비용 모두 고려해서 과학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허무하게 일만 열심히 하다 그만두는 것 막을 수 있습니다. 단지 좋은 제품만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숫자에 좀더 신경쓰세요. 그래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